가계부의 숨은 비밀, '엥겔의 법칙'과 엥겔지수 완벽 정리
매달 가계부를 결산할 때마다 유독 눈에 띄게 큰 자리를 차지하는 항목이 있죠. 맞습니다, 바로 ‘식비’입니다. "대체 이번 달엔 뭘 그리 잘 먹었길래 식비가 이렇게 나왔지?" 하고 한숨을 쉬신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오늘 소개해 드릴 경제 법칙의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내 지갑 사정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 ‘엥겔의 법칙(Engel's Law)’에 대해 쉽고 명쾌하게 알아보겠습니다.
1. 엥겔의 법칙이 대체 뭔가요?
이 법칙은 19세기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가계 지출을 연구하다가 발견한 아주 흥미로운 패턴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울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살림살이가 넉넉해질수록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낮아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극단적인 두 가정을 비교해 볼게요.
* A 가정 (월 지출 150만 원): 세 식구가 한 달간 숨만 쉬고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데만 식비로 60만 원을 씁니다. 전체 지출의 무려 40%를 먹는 데 쓰는 셈이죠.
* B 가정 (월 지출 1,000만 원): 소득이 높아 매 주말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며 식비로 150만 원을 씁니다. A 가정보다 훨씬 좋은 걸 먹지만,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합니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에 10끼를 먹거나, 가난하다고 해서 아예 안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양과 식비에는 어느 정도 한계(상한선)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2. 내 지갑의 건강 상태, '엥겔지수'
여기서 전체 가계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을 '엥겔지수'라고 부릅니다.
* 엥겔지수 계산법: (한 달 식비 ÷ 한 달 총지출) × 100
과거 경제학에서는 이 엥겔지수의 수치를 보고 그 가정이나 국가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곤 했습니다.
* 25% 이하: 상류층 (문화, 교육, 저축 등에 투자할 여유가 아주 많음)
* 25% ~ 30%: 중산층 (살림살이가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음)
* 30% ~ 50%: 하류층 (겨우 먹고사는 수준으로 여유 자금이 부족함)
* 50% 이상: 극빈층 (지출의 절반 이상이 식비로 나갈 만큼 당장 생계가 힘든 상태)
3. 현대 경제학에서 보는 '엥겔의 법칙' 예외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지금, 엥겔의 법칙을 우리 집에 그대로 대입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최근 경제학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예외 상황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첫째, 먹는 것이 곧 '문화'가 된 시대 (엔젤지수 vs 엥겔지수):
요즘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만 먹지 않습니다. 미슐랭 맛집 탐방, 오마카세, 인스타 핫플 카페 투어 등은 식비라기보다는 '문화생활비'나 '여가비'에 가깝습니다. 소득이 아주 높은 사람도 미식(美食)에 돈을 아끼지 않으면 엥겔지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 둘째, 고물가로 인한 '불황형 높은 엥겔지수':
최근 마트 식자재 가격과 외식 물가가 폭등했습니다. 예전과 똑같이 먹거나 오히려 덜 먹었는데도 영수증에 찍히는 금액이 커지다 보니, 내 생활 수준과 상관없이 엥겔지수가 강제로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 한스푼 가이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가계부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 바로 이 '식비'입니다. 옷이나 가구는 안 사면 그만이지만, 먹는 것은 줄이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죠.
이번 주말에는 우리 집 지난달 가계부를 펼쳐놓고 식비 비율을 한번 계산해 보세요. 만약 엥겔지수가 생각보다 높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가가 너무 올랐거나, 혹은 내가 '먹는 즐거움'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멋진 미식가이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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